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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북한 승리 얻고, 정대세 잃어
기사입력 2011.11.18 19:21:10 | 최종수정 2011.11.18 19: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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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는 11월15일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북한-일본전에서 복잡한 심경을 겪었다. 사진 출처=정대세 트위터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북한 축구 국가대표팀 주전 공격수 정대세(보훔)는 특별하다. 이른바 경계인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가졌는데도, 축구대표팀은 북한을 택했다. 한국 북한 일본 모두에 속했으면서도 그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나 정대세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오죽하면 “고향은 있으나 집이 없다”고 토로했을까 싶다.

그런 배경 때문에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브라질전을 앞두고 정대세가 눈물을 흘리자 언론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일제 강점, 한국전쟁, 남북 분단 등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이 응축된 눈물이란 해석도 나왔다. 저자거리는 그의 눈몰로 뒤덮였다. 헌데 그의 생각은 달랐다. 축구선수로서 첫 출전한 월드컵에서 세계 최고인 브라질을 상대하는 게 너무 감격스러워 절로 눈물이 낫다고 했다.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며 호들갑을 떨던 측만 머쓱해졌다. 사실 정대세 언행은 쿨했다. 축구 철학도 또렷했다.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다. 그리고 나의 국적은 한국도 북한도 일본도 아닌 자이니치(在日)다.” 세계관이 분명하던 정대세가 흔들리고 있다. 11월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5차선에서 일본 국가를 연주할 때 북한 관중이 야유를 퍼붓고 이튿날 방북한 일본 응원단에 돌이 날아드는 등 돌발사태가 터지자, 정대세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대세는 개인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역사적인 배경을 고려하면 (야유를 한)북한 관중들의 기분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러나 정치와 스포츠는 구분되어야 하며,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싸워야 한다. 슬프고 괴로웠다”며 북한의 태도를 비판했다. 정대세는 이어 “북한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봤다. 이겨서 정말 기쁘고 그들이 자랑스럽다. 다만 북한이 일본에게 거친 파울을 할 때 죄책감을 느꼈는데, (순간 북한 대표팀에)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본을 대한 마음가짐이 변했다는 걸 깨달았다.”

자이니치로서 국적, 이념 등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정대세이지만 내심 일본에 대한 감정의 응어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린 나이에 속내를 감춘 채 의연한 척했던 모습을 상정하니, 미안한 마음이 고개를 쳐든다. 북한은 일본전에서 승리를 얻었지만 한국인 축구선수 정대세를 잃었다. 소탐대실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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