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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준의 스포츠人탐색] ②허구연에게 묻다 #하일성 #빈스컬리 #LG
기사입력 2016.11.21 06:01:04 | 최종수정 2016.11.21 17: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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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사무총장과 LG-SK 야구단 단장, 대구FC 사장을 역임했던 최종준 MK스포츠 전문위원과의 대담을 통해 스포츠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최종준의 스포츠人탐색’. 11월의 스포츠인은 KBO의 역사와 함께 한 국내 최장수 해설가이자 한국야구의 ‘인프라 전도사’ 허구연 MBC 해설위원입니다. ①편에서 계속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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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준 위원은 허구연 해설의 은퇴에 관해서도 유쾌하게 묻는다. 야구계에서 할 일이 많은 허 위원이 해설 그 이후의 구상도 부지런히 하고 있음을 믿고 있다. 사진=김승진 기자

▶허구연의 쓴소리

최종준 위원(이하 최) = 선수들의 일탈 사고가 2년 연속 ‘가을야구’를 어지럽혔습니다. 작년 한국시리즈는 삼성의 원정도박 스캔들로 얼룩졌고, 올해는 NC가 승부조작 스캔들에 테임즈의 음주운전 사고 등으로 제대로 싸우지 못한 감이 있습니다. 구단들은 성인선수들을 어떻게 하느냐고 인간적으로 호소할 수 있지만, 이게 해마다 반복되면 구단과 리그의 책임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관리 방법을 짜내던지 일벌백계의 화끈한 의지를 보이던지 그런 단호하고 절박한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우리 구단과 리그는 뭔가 상황에 끌려 다니는듯한 느낌이란 말이죠. 이 와중에 경찰이 구단의 은폐의혹 검거 발표를 하질 않나, 설상가상입니다.

허구연 위원(이하 허) = 지금의 세태는 밖에서 보시는 아쉬움이 아마 맞을 겁니다. 메이저리그처럼 커미셔너 사무국이 엄청난 힘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현실적으로 KBO가 구단들의 집합체 이상의 힘을 갖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선수들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해당구단의 곤란한 입장이 리그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리그 차원의 자정노력이 제대로 기능하기 힘들어요. 사무국의 전문 인력도 보강되어야 하고, 구단과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이 소망스럽습니다.

최 = 리그가 힘이 없다는 얘기는 참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는 말인데…….

허 = 리그가 중장기 목표를 갖고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독립적인 지위를 갖춰야 합니다. 예산을 구단이 틀어쥐고 있으면 KBO는 영원히 힘이 없고, 강력한 리더가 아닙니다. 리그 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 힘들어요.

우리가 올해 800만 관중 돌파 홍보를 많이 했지만, 좌석점유율이 더 중요합니다. 800만 관중은 구단 두개 더 생기고, 신축 구장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돌파가 될 숫자였습니다. 구단 늘리고 구장 새로 만들자고 할 때, 반대만 하고 그저 깎아내리던 분들이 지금 800만 관중이라는 성과에 흥분하는 걸 보면 속이 좀 상하기도 합니다.(웃음)

최 = 야구뿐 아니라 전체 스포츠계에 전문가 부족현상이 심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참 통탄하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목도하게 된 배경에는 문제의 곳곳에 정확하게 사태를 간파한 시선이 부족했다는 것도 있죠. 리그와 구단, 언론 곳곳에 전문가 집단이 지키는 야구판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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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위원은 1990년 당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코치로 일하고 있었다. LG의 창단 단장이었던 최종준 위원이 메이저리그식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LG 프런트의 시스템 구축에 애를 쓰던 때다. 사진=MK스포츠 DB

▶‘한국의 빈 스컬리’? ‘허구라’의 이름도 무거워

최 = 프로야구 출범 초기부터 함께 한 국내 최장수 해설가이십니다. 그동안 현장지도자에 대한 권고, 구단경영에 대한 유혹, 거기에 정계의 러브콜까지 상당히 받으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확고한 철학이 있으셔서 오로지 해설가 한 길을 걸으셨던 거죠?

허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질문이네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욕심에 권력, 금력, 명예욕이 있다면, 저는 명예를 택하자 이렇게 결심을 했습니다. 마이너리그 코치로 참 고생을 많이 하고 난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깊게 고민하면서 스스로 내린 결론이었죠. 국내에서 솔직히 감독직 제의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 때마다 ‘해설가로서 한국야구 발전에 공헌하는 것이 나의 미션이다’ 하는 의지를 되새겼습니다.

제가 생각해보니 저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감독, 더 그 일을 하고 싶은 감독감은 많습니다. 그러나 해설이나 행정 쪽은 내가 남들보다 더 잘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자신감이 있어요. 정계 쪽에서야 솔직히 5공 때부터 유혹이 있었죠.(웃음) 제가 소신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는 유혹에 아주 담대합니다.

최 = 그런데 프로야구 원년이면 무려 35년 전 아닙니까. 35년 전의 해설 환경과 지금은 참 천양지차일 텐데요. 그동안 해설가로서도 엄청난 변화를 겪으셨죠?

허 = 해설에 관한한 저를 타고난 자질이 있는 것으로 보거나 쉽게 일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제가 해설과 야구에 대해 공부하는 것, 그 노력과 시간투자를 다른 데에 쏟았다면 그 분야에서도 학위다 뭐다 다 가능했다고 자신합니다. 제가 1984년부터 메이저리그 출장을 다녔는데, 그 때부터 지금까지 메이저리그를 계속 봐왔습니다. 일본야구 역시 지금도 꼼꼼하게 봅니다. 국내야구 중계 일을 하면서도 지난 35년간 3국의 야구를 정말 부지런히 봤습니다. 이런 노력이 없이 경쟁력을 지켜낼 수가 없어요. 제가 입담이 좋아 야구 해설 오래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오해가 깊으신 겁니다.(웃음) 요즘 그런 해설 하다가는 야구팬들에게 벌써 쫓겨나죠, 사실.

최 = 허위원님의 해설을 듣다보면 저는 그런 노력의 흔적을 종종 발견합니다. 책을 정말 많이 읽으신 분이죠. 또 우리가 이렇게 메이저리그 실시간 중계를 하게 될 줄 전혀 전망하지 못했던 시절에도 메이저리그를 잘 챙겨 보신 분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해설가도 많이 그렇지만 스포츠 캐스터들도 많이 늘었죠. 스포츠 중계가 참 전문적인 영역인데요. 방송사간에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고, 그만큼 한번 경쟁력을 갖춘 방송국이 역전을 잘 허용하지 않는 분야인 것도 같습니다.

허 = 해설가와 캐스터의 호흡이 참 중요합니다. 전문적인 해설가와 재능 있는 캐스터가 오직 각자의 역량만으로는 완성해낼 수 없는 경쟁력이 있죠. 그만큼 중요한 것이 또 PD의 역할입니다. 제가 서른한 살 때 처음 야구해설을 시작했는데, 그 때 가장 먼저 “용어를 다 바꾸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야구판의 일본식 용어, 잘못된 용어를 바로잡겠다는 혈기가 있었죠. 그 때 무슨 맹랑한 소리냐고 (방송국이) 권위적으로 나왔다면 제 해설가 인생도, 우리 야구의 오늘도 많이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그 때 제 말을 이해해줬던 PD가 있었습니다. 지금 못 바꾸면 앞으로 기회가 없다고 동감해주고, 새 문화를 선도하자는 자부심을 함께 해준 사람들이 있어서 변화가 가능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참 PD들에게 고마워합니다. 선진적인 해설, 야구판의 용어순화와 발전에 한 몫을 하는 스포츠 PD들의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좋은 PD들은 권위적이지 않습니다. 시시콜콜 다 지휘하려고 하지 않아요. PD의 역할, 캐스터의 역할, 해설가의 역할을 잘 구분하고 조율합니다. 이게 혼재가 되거나 서로의 영역을 과하게 침범하면 방송이 꼬입니다.

최 = 그 케미스트리가 시청자에겐 공기와 같습니다. 우리가 평소 편하게 호흡할 때는 그 존재를 잘 모르다가 불편해지면 바로 결핍을 호소하게 되거든요. 언젠가 캐스터가 목감기가 심하게 걸린 중계를 봤더니, 캐스터가 해야 할 말을 해설가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참 불편하고, 그렇다고 해설가가 안 들어오니 또 어색하고.. 영 제대로 되지 않더군요.(웃음)

허 = 재미있고 유익한 중계를 위해 모두의 제 역할이 필요합니다. 캐스터가 할 멘트, 해설가가 할 멘트는 다릅니다. 같은 내용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컬러는 달라지니까요. 캐스터가 할 말을 해설가가 하거나, 해설가가 할 말을 캐스터가 하면 매끄럽지 않고 신뢰도도 떨어집니다. 이게 당연한 것 같아도 전혀 쉽지 않습니다.

최 = 제가 SK 단장 시절이었는데 대구경기였던 걸로 기억이 됩니다. 경기가 우천 지연되니까 저를 중계석 앞에 앉히셨던 적이 있어요.(웃음)

허 = 그게 참 순발력 있는 아이디어인데, 제가 즉흥적으로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했을 때 그걸 또 적극적으로 받아주고 도와주는 현장 PD들이 참 고맙습니다.

최 = 사실 준비가 안 된 화면을 현장에서 감행하는 건데 PD들로선 불안할 수도 있어서 과단성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허위원의 경우는 워낙 초기에 일을 시작하셔서 해설가로서는 이렇다 할 롤모델이 없었겠습니다. 지금도 누구 닮고 싶거나 벤치마킹하시는 해설은 딱히 없으시죠?

허 = 그렇죠. 게다가 기본적으로 해설은 개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극은 사실 ‘반면교사’ 쪽으로 종종 받습니다.(웃음) 어느 종목도 마찬가진데 해설이 사실은 위험한 얘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자립니다. 현장의 선택을 결과론으로 재단하면 무시무시한 칼날이 될 수도 있거든요. 선택의 결과에 책임을 져야하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제 자리에서 공정한 해설을 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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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위원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원년부터 마이크를 잡았다. KBO의 35년 역사를 함께 한 현역 최장수 해설가로서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 1982년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중계하던 모습. 사진=MK스포츠 DB

최 = 최근에 야구계가 참 안타까운 하일성 해설위원의 부고를 들었습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야구 해설계의 쌍두마차를 이끌었던 사이기도 해서 특히 가슴 아픈 소식이었을 텐데요.

허 = 그날 아침에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여러 말을 할 수 있겠지만, 또 여러 말을 하기 힘들죠. 제게 하일성 위원은 함께 일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일했던 분입니다. 그 분이 더 이상 안 계신다는 사실을 떠 올릴 때 저의 가장 솔직한 심정은……. 참 허전합니다. 한 편으로는 이제 정말 혼자라는 생각,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해집니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난데……. 내가 지켜야 할 자리가 무겁다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드리기 어려운 말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은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노력해야 하고, 그렇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최 = 두 분의 해설은 참 컬러도 많이 달랐는데요. 그래서 다양한 야구팬들이 모두 즐거울 수도 있었지만…….

허 = 사실 제가 제 해설도 모니터를 거의 못합니다. 다른 분 해설을 듣는 편이 아니라 일반 야구팬들보다도 하위원님 해설을 많이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서로 전혀 닮지 않았고, 또 서로 상대의 스타일을 전혀 벤치마킹 하지 않은 것이 결과적으로는 야구판에 좋았던 일일 겁니다.

최 = 제가 임팩트있는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언제 은퇴하실 겁니까?(웃음)

허 = 아주 잘해내고 싶은 숙제입니다. 잘 판단해서 제 은퇴시점을 꼭 잘 잡을 겁니다.

최 = 그러니까 언제쯤 하실 거냐고 집요하게 물어보고 싶은데요.

허 = 아니 왜 은퇴시기를 자꾸 물으십니까?(웃음) 저에게 맞는 방식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잘 준비해서 은퇴방송도 하고 팬들에게 감사한다는 인사도 잘 드리고 떠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해설 그만두면 해야 할 일이 더 많습니다. 계획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최 = 그런데 한국의 빈 스컬리(올해 89세로 은퇴한 LA다저스 해설가)를 하시려면 아직 멀었네요. 30년이나 더 하셔야 돼요.(웃음)

허 = 이 바닥에 베테랑들이 있어야 한다는 믿음은 있습니다. 해설은 다양해야 하니까요. 또 해설은 물론이고 캐스터, 기자, PD 이런 사람들 중에도 베테랑들이 버텨줘야 합니다. 스포츠는 스토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보지 않은 숫자를 읊기만 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최대한 오래 남아있어야 합니다. 찰나의 예술인 스포츠 현장에서는 무엇을 일일이 찾아보고 말할 여유가 없어요. 머리속의 DB를 순간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베테랑 해설가의 경험이 가치 있을 겁니다.

최 = 허위원께 마지막으로 짓궂은 질문을 하나 드려야죠.(웃음) 요즘 뜨는 단어를 넣어서 ‘허구연은 LG의 비선이다’라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LG의 감독이나 코치를 하려면 허위원이 밀어야한다는 얘기까지 있는 모양인데…….

허 = 이건 ‘허구연 죽이기’를 위한 질문입니까?(웃음)

최 = 저는 사실 앞뒤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 이게 전혀 내용이 없는 루머라는 걸 너무 잘 알죠.(웃음) 제가 허위원과 막역한 친구사이여서 오히려 단장 시절, 구단 내 인선이나 이런 부분에서 허위원에게 더욱 말 조심을 했습니다. 뭐 하나 물어보지도 않았죠. LG 프런트 사람들에겐 허위원이 오히려 남보다 더 먼 부분이 있는 분입니다.

허 = 제가 바보가 아닌데 LG 그룹에 친구가 있는데 어떻게 이 말, 저 말을 하겠습니까? 더 불편합니다. LG가 저한테 자문? 현실적으로 더 힘든 일입니다. 이 판을 잘들 모르시는 분들의 오해죠.

최 = 사실 다른 구단의 경영자문을 더 많이 해주시죠?

허 = LG가 아닌 다른 구단들이 이것저것 물어오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제가 편하게 객관적인 의견을 말할 수 있고요. 많은 사람들과 구단들이 활동하는 야구판에서는 항상 조심하면서 지킬 원칙은 지켜가는 사람들이 롱런합니다. 제가 이 판에서 인선개입, 금전 욕심으로 인한 오해받을 일은 절대 만들지 않겠다는 원칙 하나는 단단히 지켜온 것 같습니다.

최 = 당장은 넘어가도 지나가면 다 나오는 게 진실이죠. 지킬 것을 지키지 않으면 견뎌낼 수 없는 판입니다. 오래 이 자리를 지켜 오신 노력이 크실 겁니다. 마이크 앞에 계시는 동안 늘 건강하십시오.

우리 야구판의 발전을 위한 허위원만의 신념과 의지를 응원하겠습니다. <끝>

[정리=이승민 기자 chicle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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