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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준의 스포츠탐색] 프로야구 감독, ‘그 오묘한 정체’
기사입력 2017.02.15 09:29:18 | 최종수정 2017.02.15 12: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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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 이어 계속>

프로야구의 세계에서 가장 비중이 큰 뉴스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구단의 창단과 매각, 연고지 이전 등 구단의 정체성 변동에 관한 것이 1순위 뉴스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주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서 언론이 일상적으로 추적하는 뉴스는 주로 감독의 교체, 선수의 이동과 같은 인사문제가 대상이 된다. 언론의 관심이 큰일은 그만큼 단장의 골머리를 아프게 한다. 지금부터 감독 교체의 실무절차를 감독에 대한 평가방식과 해임사유, 마지막으로 감독선임의 실무절차 순서로 알아보자.

◇ 1단계 : 프로야구단은 어떤 기준으로 소속 감독을 평가하나?

선수단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끄는 프로야구 감독은 흔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여객선의 선장과 함께 3대 지도자라고 불린다. 그만큼 카리스마의 상징임과 동시에 공인으로서의 책무도 무거워서 감독에게는 당연히 높은 수준의 자격조건이 요구된다. 프로스포츠의 최대시장인 미국에서는 다른 종목의 감독은 헤드코치(head coach), 야구감독은 매니저(manager : field manager의 줄임말)라고 부른다. 프로야구 감독은 코칭기술에 더해서 그만큼 총괄적인 경영능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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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감독은 탁월한 지도력은 물론 높은 도덕성과 원만한 인간관계까지 다양한 자격을 요구받고 있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김태형 두산 감독. 사진=MK스포츠 DB



❍ 감독의 조건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의 회원이자 최고의 야구전문서적인 ‘야구란 무엇인가’(The New Thinking Fan's Guide to Baseball)의 저자인 고 레너드 코페트(Leonard Koppett)는 야구감독이 갖추어야 할 자격조건을 설명하는 전제조건으로 먼저 야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감독직의 수행에 필요한 의사결정에서 절대적으로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세부적인 필요사항을 정의했다.

첫째, 감독은 야구에 대한 깊은 조예의 소유자여서 모든 선수들로부터 존경 받아야 한다.

둘째, 감독이 바로 보스라는 인식을 선수에게 심어주어야 한다(이 부분이 바로 단장이 감독의 고유권한을 인정해야 하는 근거가 된다.)

셋째, 개성이 각기 다른 선수들을 공평무사하게 맞춤형으로 대응해서 팀 분위기를 단합시켜야 한다.

넷째,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정확하게 판단해서 팀 전체의 전력상승 효과가 발휘되도록 선수단을 운영해야 한다(제일 중요한 조건이다.)

다섯째, 매 경기 최선을 다해서 관리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에는 코칭스탭의 역할분담, 상황별 작전수행능력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몇 가지를 추가하면 야구감독은 공인으로서의 철저한 자기관리, 끊임없는 자기개발 노력, 열린 자세로 팬, 언론, 프런트 등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능력 등도 필요하다. 한마디로 감독 자리는 이렇게 어려운 조건을 모두 갖추어도 결코 영원할 수 없는 영광과 좌절의 가시방석이다.

❍ 감독에 대한 평가방식

다시 야구단장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감독에 대한 평가업무부터 시작하자. 단장(구단)이 감독을 평가하는 방식은 구단에 따라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공통분모가 있다.

첫째, 전문성 - 야구감독에게 필요한 제일조건은 역시 전문성이다. 그 외에도 야구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에 재활의학, 심리학, 경영학, 전산기능 등 최신의 유관지식도 꾸준히 익혀야 한다.

둘째, 인간성과 대인관계 - 선수단의 지휘자인 감독은 훌륭한 인간성으로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해야 한다. 특히 강한 개성의 소유자인 스포츠스타들로부터 존경을 받음과 동시에 차가운 인간미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서 최고의 성적을 추구하는 난제를 이겨내야 한다.

야구감독은 기본적으로 진득한 뚝심과 함께 상황별로 순발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그러한 뚝심이 때로는 무모한 고집이 될 수도 있고, 순발력이 오히려 무원칙의 혼란을 자초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려운 자리이다. 감독에 대한 인사권이 있는 단장은 항상 감독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지원과 감시(평가)라는 두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따라서 단장과 감독은 서로 흉허물 없이 속내를 털어 놓기도 하지만, 조직의 속성상 어쩔 수 없이 서로 견제하고 때로는 비판하는 미묘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클럽하우스 리더(대체로 주장)의 활용과 육성파트(육성, 재활, 스카우트 등)와의 조화로운 운영 역시 감독의 중요한 능력에 해당한다.

셋째, 경기운영 능력(성적평가) - 프로야구 감독은 경기장에서 전권을 행사하는 야전사령관이다. 따라서 전투의 결과물인 성적은 가장 중요한 감독의 평가기준이 되며, 경기운영 능력의 세부항목인 투수와 야수진의 운영, 타순결정과 작전수행 능력, 팀 케미스트리 강화능력 등을 종합해서 정밀하게 평가된다.

감독의 작전수행능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역시 투수진의 운용이다. 야구는 투수노름이라고 할 만큼 투수력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전체 선수단이 가진 전력의 최대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다. 여기에는 적절한 휴식과 같은 컨디션 조절 능력, 부상자 재활, 코칭스탭에 대한 적절한 권한이양과 타이밍에 맞는 지휘권의 발동과 선수에 대한 동기부여 능력 등이 해당된다.

프로야구단이 양호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의 경기력, 작전수행능력과 팀 케미스트리 강화 등 팀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 이외에도 스카우트, 육성, 부상재활, 홍보와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단장이 감독의 업적을 평가할 때는 시즌 전에 예상했던 성적목표와 시즌 중에 발생한 각종 변수 등을 감안해서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넷째, 자기관리 능력 - 대한민국에서 오직 10명밖에 없는 프로야구 감독은 일거수일투족이 일반대중에게 알려지는 자연감시 상황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따라서 감독에게는 항상 칼날 같은 자기관리가 요구된다. 감독의 자기관리와 관련된 또 다른 측면은 금전문제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KBO 차원에서 메리트(비공식 승리수당)를 공식적으로 폐지했는데 예전에는 선수보다 감독과 코칭스탭이 메리트에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경우가 많았다. 그럴 경우에는 당연히 감독의 감점요인이 된다. 일례로 팀 성적이 조금 나빠지면 마치 그 원인이 타 구단에 비해서 낮은 수준의 메리트가 선수사기를 떨어지게 한다는 논리(?)로 감독과 코치가 구단에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경우가 발생해서 감독과 단장 간에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사례도 많았다. 프로선수와 지도자라면 반드시 연봉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고, 적은 금액에 탐욕을 부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프로스포츠구단에서 상과 벌의 합리적인 시행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벌보다는 상을 주고 나서 뒤탈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선수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불만을 가진 선수들이 팀 분위기를 해치기 때문이다. 그동안 메리트는 선수들이 일탈행위(음주운전, 도박 등)를 일으키는 만병의 근원이었다.

❍ 감독은 팀 성적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까?

이제 또 다른 중요한 화두가 등장한다. 도대체 감독이라는 존재가 팀의 성적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구단이 감독을 교체하는 가장 큰 이유가 성적 때문이니까 분명히 감독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필자 역시 그렇게 믿는다. 그러나 믿기 어렵게도 유수한 야구전문가들은 감독이 바뀌어도 팀 성적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에서 감독자리를 무려 다섯 차례나 역임했던 명감독 고 빌리 마틴(Billy Martin)은 “야구는 결국 선수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야구경기에서 감독의 잘못된 결정은 없다. 실패는 오로지 선수의 작전이행 실수에서 나온다. 따라서 경기의 패배는 결코 감독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설파했다. 일견 일리 있게 들린다. 또 다른 근거는 고 레너드 코페트가 보다 더 상세하게 제시한다. 그는 대부분의 감독은 경기 중에 거의 비슷한 결정(작전)을 내린다고 전제하면서 감독이 가진 한계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하나, 감독이 선수의 천성, 즉 기본능력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둘, 감독이라고 해도 새롭고 기발한 작전을 발명할 수는 없다.

셋, 감독이 지도해도 결국 실행은 선수가 하는 것이다. 작전수행은 선수의 책임이라는 고 빌리 마틴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넷, 선수 개인의 신상관리가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만 이 문제는 감독의 권한 밖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게 크다는 단장의 확고한 믿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같은 재료라도 요리사에 따라서 맛이 천차만별이듯 구단은 항상 최대의 희망치를 목표로 설정하기 때문에 실패를 감독 탓으로 돌리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감독이 단장이 되어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평생감독이 불가능한 것이다. 오죽하면 제일 훌륭한 감독은 지장(智將), 덕장(德將), 용장(勇將)이 아니고 복장(福將)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다고 자기계발의 노력 없이 오로지 운에 맡겨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치열하게 노력해야 행운도 따르는 법이다.

단장은 감독의 최고 후원자이자 예민하게 감시하는 관리자라는 양면이 있다. 따라서 단장과 감독은 항상 서로 존중하면서 조화롭게 운영해야 하는 특수한 관계이고, 그래서 프로다운 구단경영이 어려운 것이다. <2부 끝 2017. 2. 15 /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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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종준 MK스포츠 전문위원 (前 프로야구 LG/SK 단장 / 前 프로축구 대구FC 사장 / 前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 前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 / 現 대한바둑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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