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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준 칼럼] 바둑계의 命運이 걸린 2017년
기사입력 2017.01.31 10:45:09 | 최종수정 2017.01.31 12: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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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丁酉年) 올해는 국가적으로나 바둑계로서나 모두 중차대한 격변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밝혀진 엄청난 국정농단 사태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은 하루 빨리 상처를 치유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1000만 동호인을 자랑하는 우리 바둑계도 유구한 기도문화(棋道文化)에 스포츠의 강렬한 색채를 더해서 확실한 국민스포츠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한국바둑의 미래를 결정할 명운이 걸려있는 2017년이다.

얼마 전 바둑이 중심소재가 된 방송드라마 ‘미생’(장그래)과 ‘응답하라 1988’(최택)의 흥행몰이로 바둑의 외연이 확대되었다. 특히 지난해 3월 개최된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의 대결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바둑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 거기에 더해서 2015년 소년체전에 이어서 지난해부터 전국체전 정식종목 입성에 성공하면서 이제 바둑은 국가가 공식적으로 육성하는 국민스포츠로 정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국민여론도 호의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7, 8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둑이 ‘국민의 사기진작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75.8%로서 2008년의 동일조사에서 51.2%였던 것에 비해 무려 24.6%p나 증가했다.

그러나 인식도의 상승과 달리 성인인구 중 바둑을 둘 줄 안다는 비율은 2013년 25.0%에서 2016년 22.2%로 오히려 감소했다. 인식도를 동호인으로 흡수할 확산정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스포츠바둑’으로의 순항을 위해서는 요소요소에 포진하고 있는 각종 위협요인들을 잘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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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이세돌(오른쪽)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한 판 대결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바둑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사진=MK스포츠 DB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과제는 외부가 아닌 바둑계 내부에 존재한다. 바로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이하 ‘대바협’)가 상호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바둑은 여타의 스포츠종목이 아마추어로 출발해서 프로스포츠로 확대, 성장한 것과 달리 처음부터 프로(기사) 중심으로 발전해 왔고, 스포츠의 정체성을 확보한 시점도 일반종목에 비해서 훨씬 늦은 편이다. 1945년에 고 조남철 선생이 설립한 한성기원이 모태인 한국기원은 오랜 세월 한국바둑행정의 총본산으로서 프로기사 양성과 권익보호 그리고 기도보급을 주요 목적사업으로 설정해서 바둑행정의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며 우리나라를 세계최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반면에 아마추어 바둑행정을 담당하는 경기단체인 대바협은 바둑이 스포츠종목으로 변신하고도 한참 지난 시점인 2005년에야 구성되었고,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아마바둑과 관련된 주요 정책결정 역시 거의 대부분 한국기원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둑의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 인정단체 -> 준가맹단체 ->정가맹단체의 단계적인 승인절차와 소년체전, 전국체전 입성을 위한 업무추진 역시 대바협이 아닌 한국기원이 그 주체였다. 실제로 필자가 체육회의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당시(2009. 6 ~ 2013. 5)는 물론이고 임기를 마친 직후에 체육회 산하 전국체전위원회를 맡았던 시기에 바둑의 체전 입성을 위한 행정실무는 대부분 한국기원이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양 단체의 수장인 한국기원 총재와 대바협 회장을 홍석현 현 한국기원 총재가 한동안 겸임하면서 한 지붕 두 가족으로 통합해서 운영되었기 때문에 대바협의 정체성은 상당기간 한국기원의 그늘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해 8월에 있었던 대바협 제5대 회장 선거에서 현 신상철 회장이 홍석현 총재를 이기면서 양 기구는 이제 행정적으로 완전히 분리되었다.

이와 같은 역사적인 배경을 가진 양 단체는 현재 공생공존의 협업체제 구축을 위한 과도기의 진통을 겪고 있다. 대바협 회장직 인수인계 과정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도 남아 있고,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의 정체성(영역)에 관한 정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양 기구의 역할은 명확하게 구분된다. 한국기원은 프로스포츠인 스포츠바둑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주요사업이며, 대한체육회의 산하경기단체인 대바협은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의 바둑종목을 대표하며 학원스포츠, 생활체육으로서 바둑종목을 육성, 보급하는 것이 주요사업 영역이다. 따라서 이제 한국기원과 대바협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공생공존하기 위한 협업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한국기원은 확고한 지역연고제를 기반으로 정규프로리그의 규모 확대와 각종 기전의 창설로 프로기사의 일자리 창출에 노력해야 하며, 대바협을 통한 보급사업의 전개로 스포츠산업 차원에서 바둑시장의 확대에 매진해야 한다.

한편 대바협은 아마바둑의 육성보급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서 스포츠바둑의 체제구축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전국체전과 소년체전은 입성에 못지않게 수성을 위한 자격조건의 유지가 대단히 어렵다. 매년 체육회의 자격심사를 통과해야 하며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산하지부 운영의 활성화와 17개 지자체의 바둑에 대한 경쟁력 있는 투자를 유도하는 일이다. 또한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기단체인 대바협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이어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 채택되고, 나아가서는 올림픽 정식종목을 위한 스포츠외교활동에도 최선을 경주해야 하는 무거운 책무가 있다.

양 단체의 협력체제 구축과 관련해서 대바협에서는 지난주에 양 단체 공동협의체의 구성을 한국기원에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현실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기원이 이에 대해 긍정적인 화답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구운영 문제 이외에도 바둑이 스포츠종목으로서 보다 확실한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직 미진한 상태인 각종 스포츠체제의 정비도 시급한 과제이다. 바둑시장의 확대, 경기규칙의 스포츠체제에 맞는 개정, 연고지제도의 정착, 스포츠토토 편입, 바둑진흥법안의 제정, 선수(기사)의 신분문제, 마케팅 기능강화, 스포츠클럽의 활성화, 바둑인 일자리 창출 등 너무나도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는 한국기원과 대바협의 전적인 협력이 없으면 해결이 불가능한 과제들이다.

바둑인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 대바협은 아깝게 프로기사의 문턱에서 좌절한 수많은 미생들을 위해 ‘레슨프로’와 ‘세미프로’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한국기원에 제안하였다. ‘프로’라는 용어는 엄연한 한국기원의 고유영역에 해당하지만 미생들에 대한 안정적인 일자리 확대는 양 단체가 같이 노력해야 하는 주요과제이기 때문에 그 기준적용에 대한 한국기원의 대승적인 이해를 요청한 것이다.

지난 1월 26일 발표한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의 신년사를 보면 올해의 주요 사업으로 4가지 과제를 명시했다. 첫째 프로바둑의 경쟁력강화, 둘째 한국형 인공지능의 개발, 셋째 아마추어 보급사업의 확대, 넷째 바둑 팬과의 소통 등이 그것인데 아쉬운 점은 아마추어의 보급사업 확대를 강조하면서 대바협과의 협력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전히 대바협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광의적인 의미로 표현했다고 인정하고 싶다. 지금 우리 바둑계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과제는 한국기원과 대바협이 서로 손을 맞잡는 일이다.



(2017.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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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종준 MK스포츠 전문위원 (前 프로야구 LG/SK 단장 / 前 프로축구 대구FC 사장 / 前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 前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 / 現 대한바둑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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