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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선수만을 위한 유니폼 시대는 끝났다
기사입력 2017.03.20 06:30:08 | 최종수정 2017.03.20 11: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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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분위기에 압도돼 제대로 뛸 수조차 없었다. 90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지난 1998년 6월 21일(한국시간), 5만5000명이 자리한 프랑스 마르세유의 스타드 벨로드롬은 온통 오렌지색이었다. 하나의 색깔로 물들었고 하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관이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뛰는 입장에선 악몽과 같았다. 한국 선수들은 발이 얼어붙은 듯 무기력했다. 네덜란드에게 5골이나 허용하면서 1998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19년 전만 해도 그 풍경은 신선했다. 문화적 충격이었다. 하지만 본보기가 되기도 했다. 4년 후 월드컵에서 전국이 ‘붉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그 풍경은 4년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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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야구장에서 선수와 같은 유니폼을 입고 관전하는 팬이 빠르게 증가했다. 사진은 LG 트윈스의 팬으로 알려진 배우 신소율. 사진=MK스포츠 DB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유니폼(uniform)의 사전적 정의는 ‘단체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 똑같이 입는 운동복’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더 이상 유니폼은 선수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팬의 ‘잇 아이템’이다. 오늘날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프로스포츠 경기장을 찾으면, 유니폼을 입은 팬은 흔하게 볼 수 있다. 테이블석에 좋아하는 팀 혹은 선수의 유니폼 여러 벌을 걸고 응원하는 팬도 있다.

스포츠 관전 문화의 변화다. 스포츠 마케팅도 바뀌었다. 팬의 또 다른 이름은 소비자다. 구단의 수익과도 직결된다. 자연스레 제작 과정에서 ‘입고 뛰는’ 선수만 아니라 ‘입고 보는’ 팬도 의식한다. 반대로 팬도 ‘좋다, 싫다’ ‘산다, 안 산다’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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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에서 팬은 매우 중요한 존재다. 사진=MK스포츠 DB

◆인식이 바뀌다

한 베테랑 선수는 최근 그라운드에 나설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가 신인 시절 경기장 풍경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관중석을 돌아봐도 죄다 사복 차림이었다. 분위기도 밝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자신과 같은 유니폼을 입은 팬이 목청껏 응원하고 있으니 신이 난다. “잘 해야 해 긴장되는 면도 있지만 기분이 더 좋다. 더 멋진 경기력을 펼쳐야 할 것 같은 책임감도 든다.”

점차 팀 내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중견 선수도 경기를 뛰는 게 즐겁다. 몇 년 사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팬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눈으로 식별이 가능할 정도. 유니폼 판매양은 곧 인기의 척도다. 이를 보고서 실감한다. “뿌듯하다. 힘도 나니 더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분위기가 조성돼 경기하는 재미가 생긴다.”

국내에서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관전하는 문화가 활성화된 건 축구였다.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인 ‘붉은 악마’가 공식적으로 활동한 게 20년 전이었다. 부천, 수원 등 일부 K리그 구단에서 시작해 프랑스월드컵 이후 K리그 전 구단으로 번지더니 2002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하나의 고유문화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1995년 수원 삼성이 창단할 때부터 응원했다는 한 30대 수원 팬은 “유니폼을 해마다 구입하기 시작한 건 2002년부터였다. 그때 나 뿐 아니라 수원 유니폼을 입는 팬이 크게 늘었다”라면서 “유니폼을 입고 관전하는 건 내가 ‘지지자’이기 때문이다. 선수들과 일체감을 더 느낀다. 또한, 나의 팀을 널리 알리면서도 구단 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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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월드컵과 축구 국가대표 서포터 붉은 악마는 향후 스포츠관전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사진=MK스포츠 DB

처음에는 서포터의 의미가 강했다. 널리 쓰인 표어도 ‘12번째 선수’였다. 몇몇 구단은 서포터를 위해 등번호 12번을 비워뒀다. 하지만 유니폼이 선수, 서포터만 입는 건 아니었다. 각 구단은 일반 관중을 대상으로 ‘컬러 캠페인’을 벌이며 점차 관중석을 하나의 색깔로 칠하고 있다.

그 바람은 몇 년 후 야구장에도 불었다.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후 야구 붐이 일었다. 그리고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국가대표팀의 국제대회 우수 성적이 그 열기를 더욱 부채질 했다.

KBO리그는 2007년 400만-2008년 500만-2011년 6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층도 젊어지고 폭넓어졌다. KBO리그만의 독특한 응원 문화가 한 몫을 했다.

매년 유니폼 등 머천다이징 상품 구입에 수십만원을 쓰는 한 30대 야구 팬은 “야구장은 같이 갈 사람이 있어야 즐겁다. 단체 응원에 재미를 느끼면서 유니폼도 하나둘씩 구입했다. 이제는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을 방문하는 게 당연하게 됐다.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사면 기분이 좋아진다. 한정판 유니폼은 구매 욕구를 더욱 자극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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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와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이 땀 흘리며 응원하는 팬. 함께 만들어가는 스포츠관전 문화는 잘 정착됐다. 그리고 팬은 유니폼 디자인 변경과 관련해 직접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사진=MK스포츠 DB

◆시장이 바뀌다

바뀐 스포츠관전 문화에 주의 깊게 바라보는 건 스포츠구단이다. 유니폼도 작든 크든 하나의 시장이다. 유니폼 제작 과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 동안 유니폼은 선수의 경기력과 밀접한 터라, 활동성과 기능성을 중요시 여겼다. 최첨단 소재로 땀 흡수가 빠르면서 최대한 경량화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선수들의 의견이 주로 반영됐다.

최근에는 사전 시장성 조사를 하면서 팬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 팬은 다양한 창구를 통해 구단에 희망사항을 전달한다. 구단이 BI, 엠블럼, 유니폼을 바꾸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팬의 요구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조직 개편을 통해 관련 부서를 만들기도 한다.

여러 스포츠구단 실무자에 따르면, 팬의 의견을 100% 반영하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지만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공통된 입장이다. 유니폼은 하나의 팬 서비스 차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야구단은 다양한 스페셜 유니폼을 제작 및 판매하면서 유니폼 데이 이벤트를 실시해 마케팅과 연계하기도 한다. 한 야구단 관계자는 “타 리그를 벤치마킹하고 일반 패션의류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한다. 팬의 니즈와 패션적인 측면을 고려해 선수의 실착 유니폼 외 별도 유니폼을 판매한다”라고 이야기했다. 팬층이 두꺼운 구단의 유니폼 한정판은 없어서 못 살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수도권의 한 야구단은 얼마 전 기존 유니폼 색깔을 바꿀 지를 두고 심도 있게 논의했다. 최종적으로 없던 일이 됐다. 구단의 정체성을 상징하면서 하나의 전통이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 팬의 반발을 고려했다.

팬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가격보다 디자인이다. 해마다 홈과 원정 유니폼을 번갈아 바꾸는 축구와 다르게 야구는 유니폼 디자인 변경이 잦지 않다. 하지만 오랫동안 한 유니폼을 고수하지 않는다. 디자인 변경에는 구단의 의사 외 팬의 지속적인 요구도 있다. 물론, ‘더 멋지게 더 예쁘게’라는 추가주문이 담긴다. 유니폼 변경이 잦고 변화의 폭도 큰 축구 또한 디자인에 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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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는 2016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홈구장을 옮기면서 유니폼 디자인도 변경했다. 전반적으로 삼성 팬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유니폼이 예년과 다를 때마다 모든 팬의 기대를 충족할 수 없다. 간혹 다수가 불평을 쏟기도 한다. 일부에선 ‘불매운동을 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올해만 해도 야구의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그리고 축구의 전북 현대 등이 BI 및 유니폼 변화에 대한 팬의 항의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한 야구팬은 “유니폼 구매 시 디자인도 매우 중요하다. 예쁘지 않다면, 내가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이라 해도 별로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시장은 국내스포츠에 국한되지 않는다. 범위는 더 넓어진다. 축구의 경우, 2005년 이후 해외파가 늘어나면서 유럽축구에 관한 관심이 비약적으로 커졌다. 유럽축구 구단이 신규 시장 개척과 함께 해외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전자상거래 기술의 발전으로 해외쇼핑의 장애물도 사라졌다. 이른바 ‘직구족’이 생겼다. 그리고 해외 유니폼을 수집하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단순히 경기장 관전을 위한 복장이 아니다. 하나의 패션의류 아이템이다. 유니폼을 입고 일상생활을 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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