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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의 휴먼터치] 김병곤 “좋은 구단, 트레이너가 외롭지 않아야”
기사입력 2015.12.21 07:04:05 | 최종수정 2015.12.21 11: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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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12월의 어느 날, 선수들의 자율훈련이 한창인 피트니스센터에서 만난 김병곤 트레이너(42·스포사피트니스 대표)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트레이닝 전문가다. 11시즌(2001~2011) 동안 LG 트윈스에서 일했고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과 올해 ‘프리미어12’ 대회 때는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를 맡았다.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선수들의 몸과 마음이 많이 변했습니다. 체격조건이 훨씬 좋아졌고, 철저한 관리에 대한 동기와 의식도 달라졌죠.”

커다란 몸집과 위압적인 파워의 외국인선수들이 옆자리를 채우고 ‘FA대박’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선수들은 부쩍 몸만들기에 관심이 늘었고 꽤 혹독하게 스스로를 관리하는 ‘독종파’ 선수들도 많아졌다.

“효율적인 트레이닝에 대한 선수들의 높아진 의식과 관심에 맞게 각 구단의 시스템적인 발전이 부지런히 따라줘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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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곤 트레이너는 ‘트레이너’라는 이름에 자부심이 있다. 선수들을 채근하면서 베스트를 끌어내야 하는 게 코치의 ‘아빠 역할’이라면, 선수들을 따뜻하게 돌보면서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게 트레이너의 ‘엄마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구단 내 트레이너의 역할은 코치진과 독립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현장의 눈’이다. 당장의 성적을 위해 최대의 전력을 끌어내려는 코칭스태프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도 욕심과 현실이 충돌하는 위기의 순간엔 장기적인 구단의 자산, 비전을 지켜내는 최소한의 방어막으로 버티는 것이 트레이너의 몫이라 믿는다.

최근에는 많은 구단들이 트레이닝코치를 임명하면서 ‘트레이닝과 관리의 중요성’에 쫙쫙 밑줄을 긋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트레이너를 트레이닝코치로 만들어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선수들을 돌보는 트레이너의 임무는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선수들의 부상을 관리하고 몸 상태를 오래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이 첫째, 효과적으로 운동을 시키면서 최적의 컨디션을 끌어내는 일이 둘째죠. 트레이닝코치는 후자의 일을 잘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자의 일을 위해서는 코칭스태프에 속하지 않은 신분의 트레이너가 필요합니다. 운동 전문의 트레이닝코치와 치료·재활·관리 전문의 트레이너를 따로 두어서 트레이너는 더그아웃 내의 유일한 ‘프런트’로 남는 것이 좋겠죠. 감독이 이끄는 코치진 내 위치보다는 단장-수석트레이너 형태의 조직이 이상적이라고 느낍니다.”

그 역시 오랜 야구팬이었고, 열 시즌 이상 치열한 ‘현장밥’을 먹었다. 승부사라면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성적의 압박, ‘다급함’의 유혹을 누구보다 잘 안다. 유난히 욕심이 많지 않아도, 굳이 매정하지 않아도 사령탑은 ‘과속’할 수 있다. 그 때 필요한 것은 원망이 아니라 ‘견제의 시스템’이라고.

트레이너 초창기의 에피소드가 생생하다. 디스크를 다친 이력의 투수가 있어 상태를 살펴본 뒤 당분간 ‘장거리러닝 금지’의 처방을 내렸는데, 얼마 후 그가 구장 주변의 아스팔트 도로 위를 쿵쾅쿵쾅 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실색할 일이었다.

“러닝금지라고 보고했는데도 코치님이 그냥 뛰라고 했다는 거예요. ‘예전 선수들은 이쯤이면 운동 다 했다’, ‘나는 옛날에 이러이러한 운동도 했다’……. 이런 식으로 자꾸 투혼에 기준을 두고 선수들을 몰아붙이는 코치님들이 있었죠.”

어쩔 수 없이 김 트레이너는 한참 손윗사람인 ‘열혈코치’와 화끈하게 언쟁을 했다. 그때 끝까지 외로웠으면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한 채 야구단 트레이너를 때려치울 뻔 했다. 그러나 소란 끝에 불려갔던 구단에서 “선수들의 몸 상태에 관해서라면 앞으로도 소신 있게 진단하고 처방하라”는 격려를 들었다. 당시 LG 프런트는 국내 구단 중 앞장서서 트레이닝 파트를 체계화하면서 시스템적인 노력과 투자를 기울인 데 대해 확신과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때론 코치진의 욕심과 다른 판단을 하더라도, 모두의 바람과 다른 진단을 하더라도, 트레이너가 결코 외롭지 않은 팀이 좋은 구단일 겁니다.”

LG에서 만져본 선수들 중에는 이병규(9번)의 몸을 최고로 꼽는다.

“사실 운동선수의 몸으로선 모든 걸 다 가졌죠. 유연성과 운동신경이 두루 최고였으니…….”

타고난 유연성에 관한한 신인 시절부터 트레이너들이 늘 엄지로 꼽았던 이병규는 100경기 이상만 12시즌을 뛰었다.

“유연한 몸은 부상예방에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플레이 중에는 돌발적인 역동작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때 무너지지 않고 순간적으로 밸런스를 잡는 운동신경이 뛰어나다면, 그 역시 부상 위험을 뚝 떨어뜨리죠. 그러나 타고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병규도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노력을 많이 했던 선수입니다. 스스로 납득하는 운동은 누구보다 집중력 있게 몰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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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시안게임과 올해 ‘프리미어12’에서 대표팀 트레이너로 일했다. 두 차례 모두 우승의 기쁨을 누린 행운의 트레이너다.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2015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우승 직후 선수들과 감격을 나누던 김 트레이너. 사진=MK스포츠 DB

구단 트레이너의 일이 적극적이어야 한다면, 대표팀 트레이너의 역할은 ‘반응적’이어야 한다.

“평소 관리하지 않았던 선수들을 단기적으로 돌보는 일입니다. (트레이너의) 판단이나 스타일대로 끌어가면 안 되죠. 일단 관찰하고 지켜보면서 선수들 고유의 방식을 존중하다가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 집중적인 도움을 줘야합니다.”

김 트레이너가 생각하는 좋은 트레이너의 조건은 섬세한 눈과 다정한 귀다. 세밀한 관찰로 선수들의 상태를 살펴야 하지만, 오로지 눈만 믿어서도 부족하다. 선수들의 솔직한 표현을 끌어내고 충분히 들어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도 관리해내야 하니까.

트레이너로서 가장 뭉클할 때는 부상의 절망을 딛고 그라운드에 복귀하는 선수들을 볼 때다. 고관절 부상을 이겨냈던 김재현(한화 코치), 수술 후 오랜 재활에서 돌아왔던 이동현(LG), 그리고 다시 NC 입단을 이뤄냈던 박명환(NC 코치) 등 투지의 스타들이 재기하던 순간에 트레이너는 조용히 감격을 나눴다.

“전 기적은 믿지 않습니다.” 섭섭한 단언.

“선수들 개개인에 맞는 분석적인 처방, 과학적인 노력이 뒷받침된 (트레이닝) 시스템만이 선수들의 수명과 퍼포먼스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타는 그라운드’에서 줄곧 감동의 기적을 목격해 온 스포츠팬이 굳이 고쳐 말해보는 결론.

기적은 있다. 다만 공짜가 아닐 뿐이다.

[chicle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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